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다른 방송국 이름나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TV조선 <미스트롯> 얘기를 하는 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사, K사 같은 이니셜을 사용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타사 프로그램을 예능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행동은 방송가에서 금기였다. 실수로라도 한 방송사에서 다른 방송사 이름이나 프로그램을 언급했다간 해당 방송사에 찍혀 향후 섭외 리스트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소수의 지상파 방송사가 TV라는 매체를 독과점하던 권위주의 시절 얘기다.
핑클 소속사 오디션서 소녀시대 노래 부른 카라 멤버
마찬가지로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는 지망생이 SM엔터테인먼트나 JYP 같은 기획사에 들어가고자 오디션을 볼 땐 다른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얼마 전 중견 아이돌(?) 카라(KARA)의 강지영이 카라 소속사인 DSP미디어 오디션을 볼 때 '소녀시대'의 <Kissing you>를 불렀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강지영 입장에선 당시 가장 인기가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게 유리하겠다고 생각해 소녀시대 노래를 골랐지만, 소녀시대는 DSP가 한때 자타공인 라이벌(SM의 H.O.T., SES의 대항마로 DSP가 젝스키스와 핑클을 선보였던 시절)로 여겼던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그래도 뽑아준 걸 보면 강지영의 실력 혹은 잠재력이 워낙 출중했거나, 이미 그때쯤엔 다른 소속사 노래를 불러도 크게 개의치 않을 정도로 국내 엔터 산업의 분위기가 탈권위주의적으로 굴러갔기 때문일 게다.
모타운 오디션에서 이 회사 노래를 부르라고?
오디션에서 다른 회사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 민감한 게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닌 모양이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자서전인 <문워크(Moon Walk)>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했다. 마이클 잭슨의 형제그룹인 잭슨스(Jacksons)가 당시 흑인음악의 SM엔터테인먼트 같았던 모타운(Motown) 레코드에 오디션을 보러 갈 즈음 얘기다.

마이클 잭슨이 친동생인 랜디를 데리러 1학년 교실에 갔을 때 랜디의 선생님이 잭슨 형제들이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잭슨 형제들이 공연했던 <You don't know like I know>를 오디션에서 부르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해줬다고 한다.
라이벌의 회사인 '스택스'의 전속 가수 샘&데이브의 곡을 모타운의 오디션에서는 부를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레코드 회사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진지하니까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분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주기를 아버지는 바랐던 것이다.
<문워크> 71P
<You don't know like I konw> 등을 히트시킨 '샘앤데이브(Sam Moore and Dave Prater)'는 당시 모타운 레코드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스택스(Stax) 소속의 흑인 남성 듀오였다. 동생 선생님의 제안은 카라 강지영처럼 DSP 오디션에서 SM 소속 가수의 노래를 부르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마이클 잭슨이 오디션을 준비하던 1960년대 미국은 마이클 잭슨이 얘기했듯 다른 회사 가수 노래를 부르는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결국 마이클 잭슨과 형제들이 모타운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는 당시 모타운 소속인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 템테이션즈(Temptations), 글래디스 나이트 앤더 핍스(Gladys Knight & the Pips) 등의 노래였다. 마이클 잭슨은 자서전에서 "마지막으로 부른 곡은 'Who's loving you'(*스모키 로빈슨의 곡)였다. 하지만 그 곡을 다 불렀을 때 아무도 박수를 쳐주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는? 사흘 뒤 모타운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고, 잭슨5란 이름으로 정식 데뷔와 동시에 4곡을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팝의 황제(King of Pop)' 전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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